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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수같이 퍼붓는 비 속에서 밥을 나누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집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사람이 괜히 더 감성에 젖게 되나봅니다.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으면

성북천 다리 아래에서 사시던 밥집의 손님들이 생각납니다.

비가 오면 나가서 주무시는 손님들을 깨워 피신시키고,

겨울이면 핫팩과 이불을 들고 손님들께 드리러 갔었는데

몇 해 전 여름 불어난 물이 주무시던 손님을 삼킨 후

구청에서 강제적으로 손님들을 모두 쫓아내었습니다.

종종 밥집의 배식현장에 항의를 하러 오는 주민은

이런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내가 열심히 민원을 제기해서 여기 있는 노숙자들 다 쫓아냈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합니다만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저 고개만 떨굴 뿐

말없이 침묵합니다.

퍼붓는 비를 피하려 다리 아래로 들어가고,

그 다리 아래서 피하던 빗물이 차올라 본인을 삼키는

이 기막힌 현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우산도 없이 오시는 손님들

제 우산을 드리려 해도 한사코 받지 않으십니다.

비를 맞는 한이 있어도 밥주는 사람인 제 우산은 받지 않고

묵묵히 비를 맞으며 돌아가는 손님들의 뒷모습이

참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퍼붓는 비가 손님들의 몸은 적셔도

마음까지 축축하게 적시지는 못하기를

내리는 비 속에서도 마음만은 뽀송뽀송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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