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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둘째주 급식후기

일전에 아내에게 파스타를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다른 요리들은 조금씩 기웃거려보긴 했는데, 파스타는 처음 해보는거라 인터넷 레시피를 더듬으며 가까스로 파스타 두 접시를 완성했었죠.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어딘가 허전한 맛에, 파스타라고 이름 짓기도 민망한 비쥬얼의 파스타를 앞에 두고 아내는 깔깔댔습니다. 그리고는 주방에 들어가 무언가를 꺼내오더니 그 민망한 파스타에 마법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치즈가루가 뿌려지고, 파슬리가 얹어진 파스타는 맛도, 모양도 그럴듯한 파스타로 변신을 했습니다. 그저 그런 한 끼 식사가 될 뻔 했던 그날의 식탁은 아내의 도움으로 빛을 낼 수 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바하밥집의 역사가 그렇습니다. 실질적이지만 조금은 부족하고 투박한 바하밥집의 식탁에 많은 분들이 치즈가루를 뿌려주고, 파슬리를 얹어 주고 계십니다. 손님들이 드실 영양제와 마스크를 보내주시고, 아이의 두번째 생일을 기념한 떡을 나눠 주시고, 한 끼 식사를 만들 비용을 후원해 주시고, 달콤한 사과즙을 선물해주시고. 이런 마법들로 11년 동안의 바하밥집 식탁은 빛날 수 있었고, 특별히 이번주 식탁은 더 풍성해질 수 있었습니다.

든든한 아내 덕분에 저는 다른 요리들도 새로이 도전해볼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 요리의 본질만 잃지 않는다면, 그걸 그럴듯하게 보이게끔(?) 하는 건 아내가 함께 도와 주리라는 신뢰가 생겼기 때문이죠. 보이게, 보이지 않게 바하밥집의 식탁을 돕는 이들을 신뢰하며 바하밥집 역시 나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했던 것처럼 이 말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함께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박ㅇ미님 후원 / 영양제)

(방ㅇ나님 후원 / 두돌 기념 떡)


(이ㅇ희님 후원 / 식사 비용)

(이ㅇ현님 후원 / 사과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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