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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첫째주 급식후기

일본영화 [굿바이]에는 염습사, 우리나라로 치면 장의사 직업을 가진 '다이고'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다루는 일이기에 가치있는 직업이라 자부하지만, 시체를 만진다는 이유로 다이고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피 대상이 됩니다. 죽음을 다루는 삶을 사는 다이고가 마치 '죽음' 그 자체가 된 것처럼, 다이고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그의 존재가 아닌 그를 둘러싼 외부세계에 머물 뿐입니다.

화요일, 목요일 배식은 대광고등학교 뒤 외진 골목에서 진행됩니다. 일반통행 차량 외에는 사람이 많이 드나들지 않아서 어디든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들이 그나마 모여서 배식을 받기 수월한 장소이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항상 골목 중간중간에는 버려진 쓰레기들이 쌓여있기 일쑤입니다. 깨진 유리창에 던져지는 돌들처럼 쓰레기가 한 번 모인 곳은 곧바로 다른 쓰레기들이 덮습니다. 최대한 이 골목을 깨끗이 사용하기 위해 매 배식 때마다 쓰레기를 줍고 다니지만 한 곳에 어지럽게 모인 쓰레기더미는 차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지나치게 됩니다. 지저분하게 쌓인 쓰레기들과 내용물 조차 알 수 없는 봉투들은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그날은 허리가 다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습니다. 한 발 내딛는 것도 천근 같아보이는 할머니께 잠깐 계시라하고 배식물품을 대신 받아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잠깐 사이에 할머니는 주차돼있는 자동차들 사이, 불쾌해서 그냥 지나쳤던 그 쓰레기더미들 앞에 쭈그려앉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할머니와 쓰레기더미. 힘없이 주저앉은 할머니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언제 마지막으로 세탁했을지도 모를 지저분한 옷은, 삶의 부침들이 고스란히 새겨진 거친 주름은 그 뒤에 가득한 쓰레기들과 구분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럽고 누추한 곳에 익숙하게 앉아 있는 할머니를 보며 어쩌면 이 쓰레기더미와 비슷한 결을 갖고 살아왔을 그녀의 삶이 마음에 스칩니다.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피하게 되는 그런 삶, 말입니다. 다이고를 향했던 시선들이 그를 찌르고 베는 날카로운 칼날이었다면, 할머니를 향한 그것은 마치 그녀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무시하고 피해버리는 무딘 무관심이었을 겁니다. 나 역시 그 시선들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아찔하기까지 했습니다. 할머니의 미소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서로 겹쳐진 할머니와 쓰레기더미를 향한 시선 사이로 배식 봉투를 받아들고 고맙다고 밝게 웃어보이시는 할머니의 미소가 들어왔습니다. 시선은 자연스레 그 미소로 향했고, 할머니의 존재를 그제서야 깊이 바라보게 됐습니다. 어쩌면 내가 할머니를 도와드린 것이 아니라, 한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지워버리고마는 괴물 같은 나를 그녀가 구해줬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 안도감에 덩달아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고, 두 존재가 살아 마주한 그날 저녁은 춥지만 따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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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 있습니다❞

게으른 노숙인이 아니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

삶을 포기한 노숙인이 아니라 출생부터 출발선이 달랐던 사람들,

노린내 나는 이기적인 노숙인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든 사람들,

오늘을 잃은 사람들에게 내일을 꿈꾸게 하는 곳,

바로 바하밥집이다.
 

김현일 대표는 이들에게 자활의 길을 열어 주기 위해 애쓰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당하기도 했다.

사역이 힘에 겨워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김현일 대표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함께 일하는 스텝과 여러 봉사자들의 돕는 힘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에 관심을 가지시는 예수님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곳 바하밥집은 예수님을 만난 김현일 대표가 신앙의 여정을 드러내는 삶의 현장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늘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과 함께하셨다면서,

바하밥집에서 예수님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현일 대표는

그곳에서 하는 사역이 삶으로 드리는 예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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