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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와 무더위, 불평등의 삶.




이날도 비가 무척 많이 왔습니다.

배식 시작 전까지만 해도 퍼붓는 비 때문에

손님들께서 많이 오시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생각보다는 많이 오셔서 준비한 밥과 간식을

많은 분들께 나누어드릴 수 있었습니다.


조리 준비를 하면서 쏟아지는 폭우를 바라다가

지난 8월, 반지하방에서 침수로 참변을 당한 발달 장애인 가족이 떠올랐습니다.

비가 퍼붓는 날이면 빗물에 잠을 깨곤 한다는,

어느날은 바닥에서 스며드는 빗물을 닦느라 잠을 자지 못하고 센터로 왔던

리커버리센터의 크루의 충혈된 눈이 생각났습니다.

신림동 반지하에 차오르던 물을 바라보았을 가족들과

고된 노동을 끝내고 청하는 단잠에서 깨 바닥에서 넘치는 빗물을 닦는 친구 생각에

조리 준비하는 내내 마음 속이 시끄러웠습니다.


여전히 어찌 할 수 없는 주거불평등.

에어컨을 틀고 자동차를 몰고 다닌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하나 틀지 못하고 자가용은 커녕 버스 지하철도 겨우 타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직격으로 터지는 지구온난화의 폭탄.

세상의 부정의함과 불공정함에 요리를 하는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제대로 된 우산도 쓰지 않고 비를 맞는 손님들께

그저 한끼의 식사와 맛있게 드시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어서

부끄러운 마음을 안고 배식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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