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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집의 사람들, #23 봉사자 유은진 님



그림_봉사자 이박광문 님

가장 추웠던 겨울날에 왔던 이후로 4개월 만의 방문이다. 창밖에서 들어오는 바람 냄새가 “그 장소”를 기억나게 했기 때문이다. 살결에, 코 끝에 닿는 그리움을 외면하고 할 일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새로운 일거리로 인해 어제 방문 약속을 취소했던 터였다. 하지만 투명하리만치 깨끗하고 청량한 바람 냄새를 맡으며 내가 그 장소를 가기 원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고기 반찬 배식을 하노라면 더 많이 긴장하게 된다. 배식을 기다리는 손님의 수와 고기의 양을 체크하던 스탭이, 한번 식사를 하신 손님이 고기 반찬을 더 달라고 하시면 뒤에 아직 식사를 못하신 손님들이 계셔서 더 드릴 수가 없다고 말씀드리라는 요청을 한다.

“고기 반찬 좀 많이 하지 이렇게 부족하게 만들면 어떡하나”

손님의 말씀에 대표님이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신다. 대표님은 스탭에게 고기 반찬 나올 때는 지금보다 1.5배 더 많이 만들라고 주방장님께 말씀드리라는 말을 하신다. 스탭은 별다른 말 없이 난처한 웃음을 짓는다.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대표님이 말을 반복하셨다. 돈을 더 드린다는 말도 덧붙이셨고 스탭은 여전히 시원한 대답이 없다. 손님 한분 한분이 맘껏 드시게 하고 싶으셨던 대표님의 마음과 식사하러 오신 모든 손님들이 빠짐 없이 고기를 드시고 가길 원했던 스탭의 마음이 내 마음 속에서 뒤엉킨다.

“이 집 밥은 달러, 밥을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해?”

한 손님이 식사 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배식하는 자리에 오셔서 밥맛을 칭찬하셨다.

“아 우리 집은요, 큰 가마솥으로 쪄서 밥을 짓는 거라 맛이 달라요!”

대표님의 자부심 어린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진다. 배식 후 김치랑 무랑 콩나물국이랑 밥을 먹는데, 밥이 진짜 맛있다. 가마솥으로 찐 밥이라 그런가보다.

배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뒤엉켰던 마음들이 말을 건넨다. 생을 느끼게 해주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계절을 온 몸으로 느끼며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그 장소”가 참 좋다고.

봉사자 유은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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